쏜애플 정규 2집 '이상기후'
시퍼런 봄
작곡 : 윤성현, 심재현 / 작사 : 윤성현
제목 시퍼런 봄 (Blue Spring)
푸를 청에 봄 춘 靑春. 청춘이다. 삶에 대한 여정을 호기롭게 시작하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흔치 않은 곡.
일본 영화 '우울한 청춘(靑い春: Blue Spring)'가 모티브인 듯 하다. 파란 계열의 색은 고통스럽지만 성장과 자아발전의 의미를 가지며, 고통스럽게 살아남기를 택한 화자는 녹아가는 몸을 이끌고 적도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가사 해석
아무것도 하기 싫어 우리는 그늘을 찾았네
태양에 댄 적도 없이 반쯤 타다가 말았네
날씨가 뜨거워지는 이상기후가 시작되면서 여름이라는 계절이 지속되고 있다. 빛(희망)을 내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고(달, 별), 그 중 이 태양은 닿을 수 없는 삶의 의미로 해석하며 가장 뚜렷하고 강렬하게 빛을 발하고 뜨거움과 고통을 수반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계속해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닿지도 못하며, 잠깐의 열정으로 불타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린다.
밤에 잠드는 남들은 돌고 도는 네 개의 계절
우리는 끝이 없는 기나긴 하나의 계절
본인이 생각한 계절에 대한 의미 해석을 여기서 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후에 2월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봄 : 새로운 시작이자 희망이 피어나는 계절
여름 : 무언가를 찾기 위해 계속되는 몸부림과 고통의 계절
가을 : 종착지이자 결실, 가장 성숙한 계절
겨울 : 외로움, 공허함, 허무함의 계절
밤에 잠들어 이상의 희망을 좇거나 정상적으로 아침에 일어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계절을 반복하면서 돌고 있지만, 화자를 포함한 우리는 — 1집에서는 화자 개인의 이야기 위주였다면 나 혼자가 아닌 우리를 이야기한다.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쏜애플 멤버들)이 있기 때문인지, 관객을 의식한 가사인지 어쨌든 그래서 더욱 희망적으로 느껴진다. — 여름이라는 하나의 계절에서 계속해서 몸부림치고 있다.
지글지글 끓는 땅 위에 이름도 모를 꽃들이 피어나네
이렇게 뜨거운 이상기후 속에서도 꽃들은 피어난다. 이름도 모를 꽃이므로 자신도 알 수 없는 희망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처음에 언급한 '우울한 청춘'에서 주인공인 학생 쿠조는 물 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화단을 가꾸고, 이런 대사를 선생과 나눈다. '선생님, 피지 않는 꽃도 있지 않나요?’ ‘꽃은 피기 마련이야. 시들기 위한 게 아니고. 그게 내가 믿기로 한 사실이지. 그건 아주 중요한 마음이라네.’ 또, 400년간 비 한 방울 내린 적 없는 칠레 사막에 이상기후로 인해 집중호우가 온 후 엄청난 꽃들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냥 갑자기 그랬다는 말이 생각남. 이처럼 이상기후가 마냥 긍정적이라고만은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화자에게 새로운 희망과 발전의 가능성을 주고 있다.
식어버린 말을 지껄일 바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어쨌거나 달아나진 말아요 오늘 하루를 살아남아요
1집과 달리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가사라는 것이 확실히 드러난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암시임과 동시에 우리에게도 희망을 주는 메시지. 뜨겁게 말하지 않을 바에는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극단적이다. 미지근하지 않고 뜨겁게 살아남자고 생각하며 앞의 가사에서 드러난 고통들을 뒤로하고 나아가려 한다.
우리가 길을 헤매이는 시퍼런 봄의 날들은 아직 한가운데
멈추지 말고 몸부림치며 기어가
쏟아지는 파란 하늘과 아득하게 멀어지는 길
그 뜨거운 여름 가운데 우리의 날들은 시퍼런 봄이다. 계속되는 고통의 계절인 여름 속에서 방황하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며 나아가고, 이를 증명하듯 '플랑크톤'에서는 초록의 하늘이 보였지만 이제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현실의 파란 하늘이 보인다. 하지만 도착지는 까마득하며, 그래서 우리의 봄은 새파랗지 않고 시퍼렇다.
너무 멀리까지 왔나 돌아갈 순 없을까 망설이던 찰나에
이글이글 타는 땅 위에 새까만 점이 되었네 아찔해져
하지만 열심히 삶으로 나아가다가도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생겨나고, 새까맣게 다 타버릴 정도로 뜨거워진 자신을 발견하며 불안과 외로움을 느낀다. 성현님이 옛날에 싸이월드에 올린 글을 덧붙이자면,
'나는 사무치게 외롭습니다. 커다란 세계에서 새까만 점이 될 뿐입니다. 어디에 있는 점과도 결코 이어지지 못한 채, 그냥 여기에 있을 뿐입니다. 이토록 거대한, 내가 도무지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구조적인 비극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무엇보다 "뜨거운 말로만 말하기"였습니다.'
시든 꿈을 뜯어먹지 말아요 머뭇거리지도 말아요
어쨌거나 달아나진 말아요 오늘 하루를 살아남아요
'플랑크톤'에서처럼 헛된 이상의 희망을 찾지 말라고 말하며, 방금까지도 머뭇거린 자신에게 나아가자고 말한다.
우리가 길을 헤매이는 시퍼런 봄의 날들은 아직 한가운데
멈추지 말고 몸부림치며 기어가
쏟아지는 파란 하늘과 아득하게 멀어지는 길
우리는 이 몸에 흐르는 새빨간 피의 온도로만 말하고 싶어
차가운 혀로 날 비웃지는 말아 줘
이를 물고 참은 하루와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길
새빨간 피의 온도인 뜨거움과 대비되는 차가운 혀의 비웃음인 냉소. 미지근한 사람이기보다는 항상 뜨거운 사람이기를 바라는 면모와 함께 불안하고 위태롭게 계속되는 삶을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화자는 나아간다.
우리가 길을 헤매이는 시퍼런 봄의 날들은 아직 한가운데
멈추지 말고 몸부림치며 기어가
쏟아지는 파란 하늘과 아득하게 멀어지는 길
편곡
2집 발매 기념 이상기후 콘서트의 미미솔솔시시레레로 하나하나 쌓여가는 미친 빌드업의 인트로.. 쏜애플의 많은 편곡들 중에 제일 웅장하고 멋있다. 으흑흑
앞에 텐션을 끌어올리는 연주와 워어어 떼창 인트로 버전. 대부분은 이 인트로와 함께 시작한다.
그 외에 어쿠스틱 버전으로도 공연한 적도 있다.
개인적인 감상
라이브에서 들으면 이보다 감동적인 노래가 있긴.. 하지만 신나면서 감동적인 노래는 시봄이 짱이다. 인트로 기타리프를 이렇게 간지나게 짤 수 있다니 노래가 새파란 불처럼 가장 뜨겁다. 요즘 들어 느끼는 건 시봄이 쏜애플의 대표곡이라서 참 좋다는 것! 대표곡이라는 이유로 자주 불러야만 할텐데 그것 자체가 쏜애플에게 그저 살아남자는 다짐을 반복하게 하니 다행이라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들과 한 목소리로 이 곡을 부르고 있자면 뛰면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 기이한 모습...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인 이유는 다들 뜨겁게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1줄 요약 : 삶으로 나아가며 살아남기를 다짐하는 의지적인 화자의 모습
'이상기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쏜애플 앨범 분석 : 낯선 열대 (0) | 2023.12.29 |
---|---|
쏜애플 앨범 분석 : 살아있는 너의 밤 (0) | 2023.12.29 |
쏜애플 앨범 분석 : 백치 (0) | 2023.12.29 |
쏜애플 앨범 분석 : 피난 (2) | 2023.12.29 |
쏜애플 앨범 분석 : 남극 (0) | 2023.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