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애플 정규 2집 '이상기후'
낯선 열대
작곡 : 윤성현 / 작사 : 윤성현
제목 낯선 열대 (Strange Tropics)
가제는 '한여름의 할렐루야' 웃으면 안 되는데 웃기네..
'열대'는 월평균기온이 20도 이상인 적도를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는 무지 더운 기후의 지역으로 비도 많이 온다. 화자는 '남극'인 자신의 세계에서 시작해 화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상기후라는 삶의 가장 뜨거운 지점, '적도'로 왔지만, 화자에게 아직 이 뜨거운 삶은 많이 낯설다.
가사 해석
어질어질 길 따라 아른아른 달 따라
내가 났던 섬은 대체 어디였던가
빛(희망)을 내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고 했는데, 그중 '달'은 소통에 관한 희망이다. 남극에서의 여정이 시작되고, 어지러운 길과 소통의 희망을 따라가다 사람들 간의 소통에서 절망과 고통을 느낀 화자는 진짜 자신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한다.
모두가 꿈을 꾸는 나만 깨는 열대야
너와 나의 적도에서 신을 찾았네
내가 앓았던 낯선 열대 그대가 나를 두고 간 열대
누군가를 먹고 도망쳐온 길(피난), 물에 떠내려온 길(백치), 타자를 묻어버리고 돌아오는(살너밤) 여러 소통에 대한 길들을 건너 결국 가장 뜨거운 적도에 접근하게 되었다. 아직 현실과 삶에 익숙지 않은 화자는 밤에도 뜨거운 열대야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고, 소통을 갈망하는 화자에게는 신으로 존재하는 '타인'을 찾고 있지만, 타자는 앞의 트랙에서 보이듯 나를 두고 떠났다.
윤성현은 여름마다 여름병을 그렇게 앓았다고 한다. 물리적인 과로로 인한 병이 아닌 관념적인 부분에서 촉발한 질병이라 했고, — 그런데 24년도에 와서야 여름에는 세균이 많을 텐데 술 먹고 사족보행하고 가서 제대로 안 씻고 자 놓고 아팠다며 여름을 싫어한 것 같다는 둥 솔직 고백함;;; —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지랑이'에서 후술하겠다.
쓸데없이 건강한 쓸모없는 사람들
거리에서 끼리끼리 입을 맞추네
진정한 소통이 아닌 자신의 거짓된 모습을 통해서 소통 아닌 소통을 하는 사람들을 쓸데없고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화자. 거리는 내가 아닌 '타인들의 세상', 즉 보편적인 사회이다.
네가 대신 아파줘 그럼 나는 살 거야
서러움에 제멋대로 치민 욕지기
내가 앓았던 낯선 열대 그대가 나를 두고 간 열대
이러한 사회의 현실과 지금까지 겪은 소통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백치'에서 자신에게 타자의 아픔을 공유해 달라고 말한 것과는 반대로 자신의 아픔을 가져가달라고 말한다. '나의 실존은 어쩌면 타인의 부재를 수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고슴도치 딜레마'를 설명하면 좋을 것 같은데, 직접적으로 언급한 용어는 아니지만 2집에서 설명하는 소통에 관한 화자의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용어이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두 마리의 고슴도치가 모여 서로를 따뜻하게 하고 싶지만 서로의 바늘 때문에 접근할 수 없는 쇼펜하우어의 우화에 기원을 두고 있고, 인간관계가 좋은 취지에서 시작하더라도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면 발생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화자는 이 내용처럼 가까이 소통을 바라지만 상처에 의한 자기 방어를 위해 거리를 두려고 하는 딜레마 적인 상황에 놓여있고, 이 가사의 상황에서도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자신을 방어하고자 한다.
그래도 어떤 이는 약을 건네주었네
삼키는 척하다 이내 뱉어 버렸어 (하하핰)
'피난'에서처럼 어떤 사람은 낯선 열대를 앓는 화자를 보고 선한 소통을 건네지만, 거짓된 모습으로 삼키는 척을 하다 뱉어버린다. 퉷!! 그리고 자조적인 웃음인지 약을 건넨 사람에 대한 비웃음인지 신명 나게 웃어준다.
이를 우짤꼬? 이를 우짤꼬? 이를 우짤꼬?
11579? 히리루치코? 흐르는초코? 본성이 튀어나온 화자. 서울말로 자신을 가리다 갑자기 튀어나온 사투리이다. 성현님의 고향이 부산이고 원래는 서울말을 사용하니까 가끔씩 나오는 본연의 사투리를 이용한 듯하다. 화자가 의도한 것이 아닌데 계속 타인을 밀어내는 행동이 반복되고, 자신의 서투름으로 인해 일어난 일들을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후회한다.
오늘은 어제와 비슷한 수의 사람들이 길에서 죽어간 하루
오늘은 누구의 목숨도 내겐 의미 없는 힘겨운 열대의 하루
내가 앓았던 낯선 열대 그대가 나를 두고 간 열대
윤성현의 트윗 중 하나인 '세계의 구석구석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단지 그것을 피부에 와닿게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살아있는 자들은 자신의 일상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가혹하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못하겠다 한 사람이라도 더 생으로 돌아왔으면''에서 나온 가사인 듯하다.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찾아온 뜨거운 열대에서 화자는 자신의 생존에도 벅차 얼마나 죽었는지 정확한 숫자도 알 수 없고, 아무 의미도 없을 만큼 타인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런 낯선 열대에서 화자는 삶과 소통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열대도 사막 지역이 있다. 삶이긴 하지만 열대의 사람들은 낙타처럼 살아가고 있으며, 화자 또한 아직은 그러한 상태이다. 타이틀인 만큼 이 '이상기후'라는 앨범의 가장 중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거대하고 기이한 세계 앞에 두려워하고, 불친절하고 망가진, 살아남기 힘든 현실에서 좌절을 경험하는 화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제대로 된 삶, 어쩌면 치열한 생존을 갈망합니다.'
편곡
도드라지는 베이스라인이 더해진 인트로의 바리에이션이 있고 원곡과 동일하게 라이브 한다. 웃음소리는 랜덤이랍니다! 어쿠스틱 버전이 보고 싶다면 온스테이지 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개인적인 감상
이 노래를 타이틀로 정한 당신들의 주관에 박수를.. 아마도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과는 너무 다른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이다. 타이틀곡이지만 라이브에서 매우 자주 듣기는 어렵다. 공연에서 웃음소리를 기다리는 그 찰나에서의 긴장감이 재밌는데 말입죠.
1줄 요약 : 소통에 관한 고통을 겪고 뜨거운 삶인 열대에서 살아남기를 아파하는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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