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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쏜애플 앨범 분석 : 베란다

쏜애플 정규 2집 '이상기후'

베란다

작곡 : 윤성현 / 작사 : 윤성현


제목 베란다 (Veranda)


'암실'인 자신의 방 안에서 나오려 하는 화자였지만, 아직 소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완전히 바깥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밤이 되면 찾아오는 소통에 대한 욕망을 안과 바깥의 경계인 '베란다'에서 갈구한다.

 

 

가사 해석


그대의 살을 처음으로 만져봤던 날엔

앙상한 가슴 언저리가 가려웠었네

타인과 처음 소통을 했을 때 느낀 시큰한 감정 + 그럼에도 느껴지는 외로움.

 

오늘은 그날처럼 마음이 자꾸만 파래

거리에 번져가는 불을 내려다보네

삶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화자는 처음 소통했던 그날처럼 마음이 파래진다. 파랗다는 색의 의미는 이전 글들을 참고하면 된다. 거리에 번져가는 불 = 타인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광경을 두려움에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베란다에서 바라본다.

 

오늘도 밤이야 오늘도 밤이야

소통에 대한 갈망은 매일 돌아오는 외로운 밤처럼 찾아오고, 어제도 밤, 오늘도 밤, 내일도 밤이겠지 생각하는 화자는 오늘도 밤이야를 반복한다. 여기서 나오는 요상한 효과음 쥬아아아아~에서 밤이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미지근한 온도의 철학을 말해

머리가 뜨거워진 나는 귀를 먹었네

'시퍼런 봄'에서처럼 뜨겁게 살아가기를 선택한 화자는 거리의 사람들의 식어버린 말들이 들리지 않는다. 혹은 거리에서 미지근하게 번져가는 거짓된 소통을 원치 않아서 소통을 피하고 있다.

 

그래도 어째선지 마음이 자꾸만 파래

까치발을 들고 절반의 나를 내미네

오늘도 밤이야 오늘도 밤이야

하지만 외로운 화자는 베란다에서 위태롭게 소통을 갈구한다.

음원에서는 휘파람, 라이브에서는 윤성현의 기타솔로가 간주로 들어오는데, 이 부분은 온전히 혼자의 영역으로, 뒤의 '라라라'와 대비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베란다에서 누구보다 외롭게 세상에 내보내는 슬프고 뼈져리게 아픈 기타솔로..

 

그대가 먼 곳에서 잠이 들 무렵 난 말해

사실 난 너와 눈을 똑바로 보고 싶어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성현님이 과거에는 공연장에서 관객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현재 느끼는 감정이 너무 많이 느껴져서 눈을 보면서 연주를 못하겠다고 인터뷰를 했었다. 사실 난 너와 눈을 똑바로 보고 싶지만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고통이고, 그럼에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더욱이 쓰리며, 화자는 이러한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조차 서투른 사람이다.

 

그래서 이렇게나 마음이 자꾸만 파래

오늘도 식지 않은 나에게 밤이 오네

오늘도 밤이야 오늘도 밤이야

'라라라' 부분은 처음부터 떼창을 의도하고 만들었고 (??? : 아 여기서 다들 떼창을 하겠지 짱이겠다), 직접 해달라고도 했다는데 그래서 1집 '플랑크톤'의 '라라라'와 매우 비교된다. 자신의 세계에서 혼자 노래를 불렀던 화자와 화자가 가진 보편적인 외로움을 가진 모두와 함께 부르는 노래의 차이. 베란다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 것 같지만 사실 모두와 함께 외로움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후의 정서적 발전의 힌트도 드러나고, 그렇게 노래로써 다시 삶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만드는 화자이다.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처절한 곡임은 분명.

베란다 뒤에 와웅와웅와웅 기괴하게 이어지는 소리가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라고 생각이 들었던 게, '코인로커 베이비즈'에서 주인공인 기쿠가 지구가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사실과 들리는 폭음 때문에 가만히 정지해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하는 내용이 있고, 다음 곡이 '아지랑이'기도 해서 '녹아 흐르는 아스팔트 위에 귀를 기울여 들었던 소리 오늘도 지구는 나를 제쳐두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  곡 간의 유기성을 주려 했던 건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

 

 

편곡


https://youtu.be/l7pGfD100u8

앞에는 비슷한데 후반 솔로를 항상 열심히 열심히 연주한다. 가끔 샤우팅도 하고, 단공에서는 영상에서 뭐가 퍼져나가는지 보는 것도 재미. 한낮콘 이 영상 떼창 진짜 잘 잡혀서 감동적임..

 

https://youtu.be/g2AACJuWlDU

라라라로 시작했던 은하 콘서트 때. 으흑흑 레전드.. 어쿠스틱 버전은 온스테이지 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개인적인 감상


공연에서 라라라 하고 있자면 외로움을 공유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모두가 각자의 방에서 베란다를 통해 바깥을 내려다보고 있지만, 베란다에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이 보인다면 동질감을 느끼며 어느 정도의 외로움을 해소하지는 않을까. 베란다는 쏜애플에게도 나에게도 참 의미가 깊은 곡이다. 모두 함께 베란다 떼창을 합시다.

 

까치발을 들고 절반의 나를 내미네

 

1줄 요약 : 타인과의 소통을 갈구하지만 두려움으로 인해 경계에 머물러 있는 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