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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

쏜애플 앨범 분석 : 기린

쏜애플 정규 3집 '계몽'

기린

작곡 : 윤성현 / 작사 : 윤성현


제목 기린 (Kirin)


동양의 전설 속 동물 '기린'을 모티브로 한 곡이다.(not giraffe) 사슴의 몸, 말(소)의 꼬리, 뿔이 달린 이마가 특징이고, 성인이 태어날 때 전조로 나타나는 동물이다. 그 외의 특징들은 가사에 비유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니 후술! '마술'에서 뿔이 돋아 나오는 부분을 해석할 때 마술계의 사슴뿔 의미를 이야기했는데, 이와 연결 지어서 생각하면 된다. 우연히도 기린은 사슴의 몸을 가지고 있으니 재밌는 연결점이다.

 

인터뷰에 의하면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 돌보지 않고 분투하는 내용이다. 실제 형체가 없고 흔적만 남아있을 뿐, 발자국이나 전설로만 남게 될지도 모르는 기린의 이야기가 곡을 만드는 과정, 또는 영감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모티브가 먼저 나온 건 기린인데 완성 자체는 제일 늦게 되었다는 곡이다. 명확히 밝혀진 이러한 내용을 비유적으로 풀어낸 가사이기 때문에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다.

 

기린의 모습
 
 

가사 해석


아무래도 이 세상이 이제 곧 끝나버릴 것 같아

아무래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야 길고 긴 이야기지만 곡 하나의 영감, 시작은 갑작스럽고 순간적인 경우가 많다. 세상이 끝나버릴 것 같을 때에도 갈구하는 것이 음악의 창작이며, 혹은 음악은 자신의 세상이 망가져갈 때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구원이다. 그러한 감정들을 표현한 가사라고 생각했다.

 

구름 뒤에 숨어만 있던 녀석의 꼬리가 보였다 틀림없구나

완전한 원을 그리다 보면 잡을 수 있을까 아직 어림도 없네

기린의 특징 1 : 발굽에 하얀 털이 있어 달릴 때는 마치 구름 갈기가 피어나는 것 같다.

기린의 특징 2 : 발자국은 정확한 원을 이룬다.

 

그렇게 까불어대다가는 신세를 망쳐버리고 말 거야

죽은 걸 찾으면 안 돼 차라리 빈손으로 돌아가

기린의 특징 3 : 살아있는 기린은 전조지만, 죽은 기린을 발견하면 흉조이다.

음악의 창작이란 쉬운 길이 아니며, 본인에게 만족스럽지 않아 버려진 수많은 곡들도 있을 터. (RIP 알레르기 ㅠㅠ) 여기서 죽은 노래란 윤성현에게는 자신의 진심과 솔직함이 담기지 않은 곡일 것이다. 그러한 죽은 곡보다는 빈손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

 

이제 한 걸음만 더 가면 잡을 수 있을 거야

너의 울음소리에다 아껴둔 말들을 씌울 거야

기린의 특징 4 : 울음소리는 음악의 음계와 일치하며 종과 같은 악기류의 소리와 비슷하다.

 

어느새 난 집에서 멀어지고 이지러져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네

윤성현에게 노래를 만드는 것이란 곧 살아가는 수단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곡을 만드는 과정을 표현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곧 살아가며 분투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해도 될 것이다. 음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던 '서울'의 가사가 여전히 이어지듯 전설 속의 기린을 찾는 과정에서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너는 그냥 처음부터 없었나

함부로 나오지 말 걸 그랬나

잠이나 잘 걸

기린의 특징 5 : 자신이 주인으로 선택한 왕이 아니면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이런 특징은 '위에서 그러했듯이 아래에서도'에서 내가 왕이니 고개를 숙이라는 가사와 연결될 수 있으며, 왕이라고 말하는 아래의 존재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 나아갔다는 암시라고 생각한다.

'기린'의 정체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곡을 쓸 때의 영감이 나를 찾아온다고 생각했는데, 써왔던 노래들은 내 안에 존재했고 단지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것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라는 윤성현의 이야기와, '마술'에서 화자에게 뿔이 돋아 나왔다는 것을 통해 결국 화자가 찾고 있던 '기린'은 본인 자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윤성현에게 노래는 자기 구원이므로, 자신을 초월해 노래로써 희망을 끄집어 내는 본인 자체가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앨범의 처음부터 찾아 헤매던 희망의 실체는 커지고 커져 '검은 별'에서 완성되지 않을까? 물론 기린의 끝은 잠이나 잘 걸..이다.

 

 

편곡


https://youtu.be/XdmVkbd0q-k

살짝 다른 인트로와 후반부에 샤우팅과 함께 이어지는 연주로 더욱 절정에 치닫는 편곡. 피카레스크콘에서 선보인 후에는 늘 요 편곡을 고수한다. 인트로에서 리듬을 쪼개지 않고 바로 코드를 풀면서 가기도 한다. 

 

 

개인적인 감상


변주도 많고, 박자도 4/5를 쏙쏙 넣었고, 강렬한 기타리프에 평범하지 않은 멜로디까지 참 쏜애플스러운 곡이다. 처음 앨범이 나왔을 때, 음원보다 라이브로 들었을 때 훨씬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음. 또한 피카레스크콘 편곡 때도 처음 듣고 벌떡 일어날 뻔!!!!!!!

 

아무래도 이 세상이 이제 곧 끝나버릴 것 같아

1줄 요약 : 희망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화자